무협의 이모저모

[스크랩] 나의 十八技 수련기(19)-취권(醉拳)

칼의 춤 2008. 7. 7. 15:09

 



「왼발이 비틀 오른발 앞으로 내딛는다. 오른발이 비틀하며  왼발 앞으로 간신히 옳긴다. 이번에는 다시 왼발
이 비틀거리며 오른쪽으로 위태로히 내딛는 것과 동시에 오른발이 뒤로 물러나더니 온몸이 휘청대며 넘어질
듯 넘어질듯 흔들리는 순간 왼발이 따라오며 간신히 균형을 잡는다. 다가가면 뒤로 비틀 물러나고 물러나면
한순간 비틀 닥아와  통째로 무너져서 몸위로 덮친다.」
취팔선권(醉八仙拳)의 취보(醉步)인 낭창보(浪蒼步)와 짜베(栽碑)초식이다.

79년가을 성룡(成龍) 이 주연한 취권(醉拳 Drunken Master)은 추석특집으로 우리나라에 개봉되어 95만
관객 동원이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91년 미국영화 '늑대와 춤을ㅡ'이 105만 관객동원의 기록을 세울때
까지 취권은 요지부동의 인기로 세계10대 영화로도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18기를 배우면서 많은 이론적 공부를 하는중에  소림권법에 취나한권(醉羅漢拳)이라는 술먹고 취해서 하는
권법이 있다는 말은 들었으나 그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실제로 영화로 대하고는 그 경이로움은 말할
수 없었다.

중국권법의 모두가 동물의 형태를 본딴 상형(象形)권법이지만 취권은 특히 술에 취한 모양을 기법에 가미한
의형적(意形的) 상형권술(象形拳術)에 속한다.
따라서 취권은 보법과 몸의 움직임, 권각(拳脚)의 발출등이 술잔을 들어 자작하는  모습이나 술에 몹시 취해
당장이라도 쓰러질듯 이 비틀거리는 독특하고 어찌보면 코믹한 희화적(戱化的)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권법을 수련하려면 입문자는 우선 왜 몸의 자세가 술에 취한 것 같은 모습을 해야하는가를 잘 인식하여야
한다. 취한 상태는 상대를 방심하게 만들어 공격을 용이하게 한다.
방심이란 무술에 있어서 치명상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취해있는 몽롱한 상태나 슬잔이나 조롱박 등을 잡고
취한체를 한다면 적은 왼전히 안심하고 공격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비틀비틀 걷는것은 발의 기술을 살리고 힘을 축척하기 위함이다.
발기술은 균형이 요구되므로 체중의 이동이 정확하지 않으면 위력을 살리기가 어렵다. 취권의 비틀거리는
낭창보법은 취해서 앞쪽 뒤쪽 또는 갈지자걸음으로 비틀비틀하고 있을때에는 반드시 어는 한쪽의
발이 허(虛)이고 다른 발이 실(實)이 될것이다. 실의 발로 몸을 지탱하거 나 허의 발로 동작을 취하는 것은 당
연한 것이다.
복싱의 푸드-웍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가.
또한 취권의 비틀거림은 적의 공격 리듬을 흐트린다.
대결에 있어 한방에 결정하려고 할때는 마음이 고조되고 강력한 타격력을 낼수도 있지만 타격을 가하려고 하
는 순간에 마음을 뺏기게 되면 전신의 기력이 빠지게 되고 투쟁심이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취권은 취한척 하면서 급격히 옆으로 도망치거나 넘어짐으로서 적의 눈길에서 갑짜기 살아지니 적은 상대를
잃으면서 타이밍이 흐트러져 리듬이 망가진다.



취권은 싸우기 위해서 넘어지고 넘어져서 싸우는등 기상천한 권법이다.
취권 자체가 다른 무술과 비교하여 대단히 개성적인 여덟 선인(仙人)의 동작을 본딴 것임으로한동작 한동작
기상천외한 동작이 많다.
비틀비틀 움직이는 취보(醉步), 술잔을 마시는 갈주형(渴酒形), 여성의 걸음을 흉내내는 편족식(片足式),거울
을 보고 화장을 하는 화장적형(化粧的形)등 독특한 초식이 그것이다.
더구나 취권에는 공중번(空中飜),굴신각(屈身脚),리타연(鯉打延)등 아크로바트(곡예)식 동작이 많이 나온다.  
이러한 동작들은 허리의 유연성이나 신체의 응변성이 없어서는 익히기 힘든 것들이다.
필자가 이 취권을 배울때는 마흔이 넘은 나이여서 이미 몸의 골격이 굳어 있던 때인지라 땅에서 몸을 튕겨 일
어나는 리타연 한동작을 배우는 데도 여러날이 걸려서야 겨우 해 낼수 있었다.
그래도 상체를 �혀 전후좌우로 수평회전하는 선자(旋子)같은 초식은 겨우 익힐수 있었지만 공중회전하는 번
신복호(飜身伏虎)나 옆회전하는 발랑자(撥浪子)등의 초식은 기여히 익히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권법중에
유일하게 취권만은 전 동작을 익히지 못하고 쉬운 초식만 시전하는 반쪽짜리 권투(拳套)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선자 초식도 오십이 넘으니 몸이 말을 �지 않아 번번히 실패하곤 했으니...

'함께 넘어진다'...이것이 취권의 비술중에 하나다.
보퉁의 권법은 일정한 타격거리를 유지하고 권각을 발출하지만 이 초식은 적과의 거리를 두지않고 밀착해서
자기의 체중으로 적을 쓸어 트린다.
앞으로 넘어지는 전도법(前倒法),옆으로 넘어지는 측도법(側倒法),그리고 뒤로 넘어지는 앙질(仰跌)등이 있
는데 취권은 넘어져서도 다리를 꼬아 쓰러지는 반퇴질(盤腿跌), 엎드린후 차올리는 복지붕(伏地崩), 가위처
럼 다리꼬아 돌리는 금교전(金交剪)이나 양다리로 상대를 휘감는 오룡교주(烏龍交柱)등의 퇴법을 구사한다.

취권은 독특한 수형(手形)으로 워야차소(月牙叉手)를 사용한다.
월아차수는 짐주세(斟酒勢)라고도 하며 마치 술잔을 잡는 모양이 되는 손기술이다.
엄지와 검지를 어금니 물듯 마주세우고 다른 세 손가락은 단단히 움켜쥐는데 두 손가락의 단련을 부단히 하
여 손가락끝을 사용하는 금나기(擒拏技)나 손등으로 치는 배타기(背打技)로 사용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취권 자체가 취한 자세를 응용한 상형권술이다.
실제로 취권을 익히려면 술을 마셔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은 상형권술의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지 못한 우문
(愚問)에 불과하다. 멀쩡한 정신에 안정된 호흡으로 적과 싸워도 정신이 혼미하고 숨이 가빠오는데 술에 취하
고서야 어찌 온전할 것인가?
영화에 묘사된 항비홍이 스승인 소화자와 슬을 마시고 권법을 익히는 장면은 이 상형권술을 극대화 하기위한
과장일 뿐이다. 취하지 않고도 상대가 취했다고 느끼도록 위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기에 취권의 난해함이 있는 것이다.

소림의 속가제자(俗家第子)인 황기영(黃基英)은 소림권의 달인이였다.
그의 외동아들 비홍(飛鴻)은 철이없고 늘 말썽만 피워 아버지의 속을 태운다. 참다못한 황기영은 취권의 달인
인 소화자(小和子)에게 아들의 버릇도 고칠겸 사사를 부탁한다.
영화 취권은 망나니 황비홍이 소화자로 부터 취팔선권을 배우는 과정을 다른 코믹무협물로 취권을 배우기 위
한 기초단련 과정과 취팔선권의 권투를 흥미있게 묘사했다.

           「...쟝찐쥬베모팅 (將進酒杯莫停)  권하거니 잔 멈추지말고
                 유쥰게이구(與君歌一曲) 내 노래한곡 부루테니...」
초막의 문틈으로 교교한 달빛이 스며든다. 잔에 가득 따른 소흥주(紹興酒)는 끝도없이 넘쳐흐른다. 술잔을 움
켜쥔 소화자의 손은 조국구(曺國舊)의 월아차수 요,
            「...깅쥰웨워체일팅(請君爲我側耳聽) 그대 귀 기울려주게
                   종구찬유뿌주커(鐘敲饌玉不足貴) 고상한 음악 맛있는 음식 귀할것도 없으니...」
취흥이 도도하여 한발을 내딛으니 여동빈(呂洞賓)의 낭창보(浪滄步)와 철괴리(鐵拐李)의 선자(旋子)일시 분
명하다.
             「...단얀창주뿌얀씽(但願長醉不願醒) 다만 원컨대 이대로 취하여 부디 깨지 말기를...」
달빛은 더욱 깊어가고 바람은 은밀하구나. 내치는 권에는 서슬이 푸르르고 땅을 휩쓰는  몸에는 일진 광풍 소
소하니 마셔도 마셔도 항아리는 비지않네. 권종리(權鐘離)의 완력(腕力)인가 람채화(藍采花)의 신법(身法)인
가.
             「...구라이씽�카지모(古來聖賢皆寂寞) 예로부터 성현들도 지금은 사라져 버리고
                   워유인제유지밍(惟有飮者留其名) 오로지 술잘 마시던 이들의 이름만 남았다네...」
세월아 너는 아느냐. 영웅호걸의 외로움을 ㅡ 장과로(張果老)의 피리소리에 하선고(何仙姑)의 웃음이 비수속
에 춤추는구나.  누가있어 탄식했던가?  취팔선이 천하제일권이라고.....

.




취권은 위에 소개한 취팔선권(醉八仙拳)6단취권(六段醉拳)
가지가 우리나라에 소개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취권의 요결을 소개한다.


취팔선권  
제1식 여동빈(呂洞賓)은 조롱박을 들고 취한눈으로 전후좌우로 비틀거리며 공격한다. 마치 정신이 없는듯 하
지만 그속에 강인한 축력(蓄力)과 비술이 숨어있다.조롱박을 사용한 모습은 취(醉)그자체이며 그것을 활용하
여 쌍절곤과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 취보(醉步), 짐주세(斟酒勢), 앙질(仰跌)등의 초식이 있다.
제2식 철괴리(鐵拐離)는 한발로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다.권경에 의하면 철괴리 신선은 원레 외발의 장애인이
였다.그는 한쪽발이 없는 대신에 철지팡이를 이용하여 한발로 뛰고 차는 기술을 창안해 냈다.발기술을 단련
해서 손기술에 못지않는 현란함을 구사한다.
제3식 권종리(權鐘離)는 팔의 완력을 이용하여 적을 격패시키는 권법이다. 수련시 마치 항아리를 끌어 안듯
양팔을 둥굴게 벌리고 허리의 축경을 등에서 견정혈로 이동하여 양팔로 운공한다. 또 자기보다 큰 항아리를
끌어안으므로서 자연히 함흉발배(含胸拔背)의 기공자세를 견지하여 자신의 내력을 축적하고 적의 공격을 무
력화 시킨다.
제4식 람채화(藍采花)는 여자 선인이며 허리를 기묘하게 비틀면서 신법을 움직여 적의 공격을 피하는 '허리
흔들기'를 상형화 한 초식이다.그녀는 한발에는 신발을 신고 있지만 한발은 맨발이라 한다.또 항상 여성답게
� 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 맨발과 꽃바구니ㅡ 이 묘한 상황이 상대로 하여금 방심을 유도하여 패한가운데
서 승기를 쟁취한다.허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세요화풍(細腰花風)동작은 람채화의 대표적 초식이다
제5식 장과로(張果老)는 철괴리와 마찬가지로 발기술이 능항 신선이다. 다만 철괴리가 한쪽발로 행하는 초식
에 능하다면 장과로는 두발 모두를 사용하는 권법이다.  뛰어차는 선풍각,반퇴질(盤腿跌), 복지붕(伏地崩)같
은 곡예에 가까운 발기술로 구성 되어있다.
제6식 조국구(曺國舊)는 취권의 대표적인 수법인 월아차수를 사용하여 적의 쇄후(碎喉)공격을 주로 하는 발
기술에 팔힘을 아룰러 갗운 선인이다. 앞으로 구루는 전도법(前倒法), 머리를 땅에대고 회전하는 안두(案頭)
등 구루는 도신법(倒身法)이 많은 권법이다.
제7식 한상자(韓湘子)는 특이하게 피리부는 모양을 취한 상형권이다. 앞손과 뒤손을 피리불둣 향하고 원후법
을 써서 활발히 움직이며 적을 공격한다. 피리구멍에 댄 손가락을 옮길시 움직이는 동작이 상대의 혈도를 짚
는 점혈법에 속한다.
마지막 제8식 하선고(何仙姑)는 람채화와 같이 여자 선인이다. 허리를 흔들어 보이거나 거울을 보며 화장하
는 모습, 팔꿈치 후려치기를 사용하는등 동작이 조밀하고 아름다워 여성 특유의 초식으로 적과 대적한다.하
선고의 미인조경(美人照鏡)초식은 비록 형태는 다르나 많은 권법에서 사용하고있는 유명한 초식이름이다.

.
1992년 4월 대만의 정화문(精華門) 장문인인 장극치(將極治)관장이 우리나라에
왔다. 그때 대한우슈협회 도장에서 보여준 취권의 여러 품새는 경이로움 그 자체
였다. 실제로 취권의 고수가 시연하는 취팔선권과 6단취권은 영화에서 보았던
동작들과는 사뭇 그 풍격이 달랐다. 취한듯 비틀거리는 취보는 기묘했고 술잔을
들어 입으로 마시는 모양을 본뜬 짐주세는 안정속에 경력이 있었으며 곡예하둣
공중울 회전하는 발랑자나 측번공은 써커스를 보는듯 황홀했다.



취권은 우리나라 도장에서는 정식과목으로 수련하지 않는권법으로 알고있다.
많은 18기 무술연구가들이 이 취권을 배우려고 대만이나 중국 본토의 체육관을 찾았고 그에 관한 권보(拳譜)
도 몇종류 발간되었으므로 말년에 대일관 김관장과 수련해 본것이 취권을 연구하게 된 동기였다.
취권을 기초로 하여 봉을 사용하는 취곤(醉棍)과 검을 사용하는 취검(醉劍)술이 있으며 이 두권법은 장극치
관장의 시연을 본적은 있으나 직접 수련해 본 경험이 없어 그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영화 취팔선권 동영상)


(취권 연무시범)

출처 : 소요재에 걸린 구름
글쓴이 : 소요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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