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선요(47)
- 여강 최재효
금모(金母)와 노군(老君)께 인사 올리고 그간의 민정(民情)를 고하니 노군은 너무
모나지 않게 행동하라고 하시고, 금액(金液)을 하사하며 더욱 도(道)에 정진
하라고 격려하신다. 주연이 후반에 접어들자 대부분의 만조백관들과 진인(眞人)들
은 한데 어울려 대취한 상태로 신선의 비방(秘方)에 대하여 묻기도 하고, 몇몇 대
신들은 원군(元君)들에게 비굴한 모습으로 비위를 맞추며 흡족해 한다. 유철(劉徹)
비틀대며 일어나더니, 고래고래 고리를 지른다. “이융기는 어디 갔느냐? 난청궁에
는 미인들이 많다고 했는데 보이질 않는구나.“
덩달아 시황(始皇) 정(政)도 이에 호응한다. "내 일찍이 아방궁에서 수천 명의 궁
녀들과 노닌 적이 있거늘 오늘은 너무 쓸쓸하구나.“ 이에 이융기는 고개를 조아리
며 곧 자신의 궁녀들과 비빈(妃嬪)들을 불러들이겠다고 한다. 잠시 후 한국부인(韓
國夫人), 괵국부인(虢國夫人), 진국부인(秦國夫人)과 귀비에 필적할 만한 후궁(後
宮)들이 요염한 자태로 나타나 날아갈 듯 절을 하자 영웅호걸들은 박수를 치며 맞는다.
“소첩들, 인사 올립니다.” 후궁 중에는 어제 편지를 전한 여인도 함께 있다. 잠시
후 그 여인과 시선이 닿자 왼쪽 눈을 찡긋한다
주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변해간다. 점잖은 진인들과 여선
(女仙)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놀기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호걸(豪傑)들만 남아 궁
녀들과 어울려 노느라 정신이 없다. 한쪽에서 조용히 술을 마신던 춘추공(春秋公)
곁으로 다가가 예(禮)를 올리고 술을 따르려하자, 절세가인이 다가와 앉으며 절을
한다. “소첩(小妾), 장운용(張雲容) 대인과 진인께 인사 올립니다. 어여삐 보아주소
서.“ 춘추공과 법민(法敏)은 은근한 눈길을 운용에게 보낸다. 운용이 술 한 잔씩
올리니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졌다
“태자께서는 곧 권좌에 오르실 인물이신데, 한 가지 청을 올리겠소. 비록 당군(唐
軍)의 원조를 받아 삼국을 통일하지만, 즉시 외세를 몰아내고 독립된 정권을 유지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반도(半島)에만 연연하지 마시고, 멸망한 고구려의 옛 고
토(古土)를 모두 수복(收復)하시어 강대한 국가를 이룩하소서.“ 이에 춘추공은 한
참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입을 연다. “아직은 신라의 국력이 미약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벌포(伎伐浦)에서 신라의 기백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곧 세를 모아
고구려의 옛 영토인 만주를 지배권에 둘 예정입니다.“ 장운용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양귀비와 한무제가 언쟁이 벌이고있는데 옥환
의 상의가 찢어져 있다. “폐하께서는 어찌 그리 여색을 밝히시나이까? 체통을 차
리세요.“ 귀비의 앙칼진 목소리에 시황제는 빙긋이 웃으며 괵국부인을 껴안고 한
마디 한다. “저런, 저런. 여인네 마음 하나 훔치지 못하면서 어찌 황제가 되었누?“
이융기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니 황급히 자리를 떴다. 춘추공과 태자는 함
께 온 신라 수행원들과 합석을 위해 자리를 떴다. 운용은 고개를 떨구었다 긴 한
숨을 내쉬더니 연거푸 술을 마신다. 조용히 노래를 하기도 하며 흐느낀다
장운용이 다시 먼 하늘을 보며 새침해있다. 눈가에 진주보다 영롱한 눈물이 방
울방울 맺혀 있다가 술잔 속으로 떨어진다. “소첩, 귀비의 질투와 시기로 인하
여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사옵니다. 언제 독살(毒殺)을 당할지 모릅니다.
소첩과 절친한 소봉대(蕭鳳臺)와 유란교(劉蘭翹)도 같은 처지입니다. 그때 두 여
인이 사방 눈치를 살피더니 살며시 다가와 절을 한다. 강설단(絳雪丹) 한 알씩
주고 먹도록 하자, 모두 숨이 끊어졌다. 주문을 걸어 보름후 원군(元君)으로 소
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서왕모와 상원부인께 아뢰었다
세 여인의 시신을 장안성(長安城) 밖에 묻었다. 보름달이 천지를 은색으로 물들일
때 묘를 파헤쳐 황제내경(黃帝內經)을 외고 뜸을 뜨자 세 여인이 기침을 하며 일어
났다. “소첩들, 새로이 태어났사옵니다. 심신을 다해 비천진인을 모시겠습니다.”
장운용이 즉시를 읊는다
解恨事眞郞新界(해한사진랑신계) 한을 풀고 진인을 섬기니 새로운 세상이로다
蝶接花不惡織女(접접화불오직녀) 나비가 꽃을 만났으니 직녀를 미워하지 않으리
皆天意兮願天倫(개천의혜원천륜)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인바, 천륜을 맺고 싶네
幸不幸在心永與(행불행재심영여) 행,불행은 마음에 달린 것 그대와 영원하기를
[2-2]
- 창작일 : 2005. 2. 7 11:25
[주]
1. 금액 - 신산들이 마시는 영약
2. 유철 - 한무제의 본명
3. 한국부인 - 양귀비의 언니, 양옥패(玉佩), 괵국부인- 양귀비의 셋째언니
옥쟁(玉箏), 진국부인(秦國夫人)- 양귀비의 여덟째언니 옥차(玉Ꟃ)
4. 춘추공 - 김춘추, 신라의 태종무열왕
5. 법민 - 김춘추의 아들로서, 문무왕이 되어 삼국통일을 마무리함.
6. 기벌포 - 676년(문무왕 16) 소부리주(所夫里州)의 기벌포(충남장항) 앞바다에서
신라와 당(唐)나라가 벌인 해전이다. 처음에는 신라 해군이 패하였으나,
이어 크고 작은 22번에 걸친 싸움 끝에 신라군은 당나라 해군 약 4,000을
죽이고 승리하였다. 이 싸움은 670~676년의 7년간에 걸쳐 벌인 신라의
대당(對唐)전쟁을 승리로 장식한 마지막 대회전이었다.
7. 장운용 - 당 현종의 후비로 현종의 총애를 받자 양귀비의 시기를 사 소봉대와
유란교와 독살을 당한다
8. 강설단 - 도사들이 복용하는 단약의 일종
9. 황제내경 - 내경(內經)이라고도 하며, 의학오경(醫學五經)의 하나이다. 중국 신화의
인물인 황제와 그의 신하이며 천하의 명의인 기백(岐伯)이 저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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