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먹을 뻗으면 산을 뚫고(發拳穿山),발을 디디면 땅을 울린다(落步爲震). 권과 곤이 허공을 치는 가운 데(拳棍搏飛),낮게 선회하고 높히 뛰어 오르니(盤旋卓躍), 마치 한마리 원숭이가 맹열히 다툼과 같도다(宛然 一猴也). 높은 명성은 전당에 서리어 있구나(名香有殿).칼과 방패를 휘두르며 세월을 보낸다(劍桿閒歲)」 명(明)대 시인 왕사성(王士性)이쓴 숭유기(崇遊記)에 실려있는 소림무승(武僧)들의 무술단련의 묘사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중국권법은 외가권(外家拳)과 내가권(內家拳)으로 대별한다. 외가권은 강권(强拳),경권(硬拳)이라 일컬어지며 동작은 직선(直線)이고 격렬하고 빠르며 골격이나 근육 등 외적인 면을 단련함에 주를 두고, 내가권은 연권(軟拳),유권(柔拳)으로 부드럽고 온화하며 그 동작이 완만하 여 장부(腸部)나 신체감각,정신 등 내면적인 것의 단련에 중점을 둔다. 이 내가권에 속하는 것으로 태극권,형의권, 팔괘권,금장권(錦掌拳),태조장권(太祖長拳),비종권(秘宗拳)등이 있으며, 소림승에 의해 전해진 외가권은 소림오형권,소림나한권,소림금강권.소림당랑권,등과 같이 그 명칭 서두에 '소림'이라는 두자를 갖고있다.
소림권도 남권북퇴(南拳北腿)라는 말처럼 북소림권(北少林拳)은 발을 많이 쓰며 보폭이 넓고 자세도 높히 취 하는 장교대마(長橋大馬)형인 반면 손을 많이 쓰는 남소림권(南少林拳)은 좁은 보폭에 낮은 자세인 단교협마 (短橋狹馬)형이다. 또한 권법 품격도 북소림권은 동작을 길게 펼치는 장권대가(長拳大架)식으로 소림장권(少林長拳),사권(査捲) 등이 속하며 남소림권은 단타(短打)식으로 동작이 짧은 단수소가(短手小架)로서 홍가권(洪家拳).영춘권(詠春 拳)등이 그것이다. 언듯 설명은 복잡한것 같으나 실제로 18기를 오래동안 수련하다 보면 이정도의 구분은 그리 어려운것이 아니 어서 한개의 투로를 배울때마다 아하~이것은 북소림 초식이구나 아니면 남소림권이구나 하는 간극이 손쉽게 느껴져 온다.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 보면 상대가 구사하는 무예를 보고 저건 무슨 유파의 무슨 초식이다 라고 금새 알아 �우는것을 신기하게 여겼겠지만 어떤 무술이던 그 정수를 깨달으면 일권 일퇴의 동작만으로도 그 속에서 다른 특징을 찾아내는것이 가능함을 안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면, 연무시 기마식때 발끝을 안으로 모아서면 당랑권을 배웠고, 진보(進步)시 발끝을 바닥에 팽이 꽂듯이 미끄러지면 필극권(八極拳)의 츰보(闖步)이며, 팔을 크고 넓게 휘둘러 공방을 하면 소림차(少林 車)나 당랑 번차(飜車)초식이고,공격시나 물러날때 동작이 성큼성큼 이어지면 북소림권을 구사하고 있으며 작고 조밀하면 남파소림이나 당랑보(螳螂步)가 틀림없고,이기각이나 선풍퇴 등 발기술이 크고 높으면 소림권 법이나 장권 초식이 분명할 것이며,권을 발출할때 어깨를 앞으로 내밀며 치면 소림계열이고 태권도의 정권치 기 처럼 어깨는 당기고주먹만 뻗으면 남권(南拳)의 충추(衝推)이며,투로가 원을 그리며 시전되면 명백한 팔 괘장의 창니보나 소림 오화련(五花連) 초식임이 분명할 것이다.
(좌반세(坐盤勢)는 신형을 급격히 낯추고 양발을 꼬아앉으며 발끝의 내경을 허리로 돌려 강력한 전사경을 발출하는 축세(縮勢)이다. 촌경(寸經)과 분경(分經)을 토하므로 고도의 발경타법에 응용된다. 위 초식은 호권의 좌우접장(左右蝶掌)식으로 오형권중의 한 식이 며 특히 강맹하고 명료한 표연동작은 소림권의 품격을 가장 많이 풍겨준다.) 필자가 수십년 수련동안 연마한 37종의 권법투로 중 어떤것이 소림권이고 어떤것이 당랑권이고 형의권이며 팔극권의 동작인지 실재로 명확한 구분을 할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떤 투로에서던 다른 유파의 흐름들이 면면히 숨어있음을 쉽게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권경(拳經)에「만법귀종(萬法歸宗)」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18가(家)의 권법 발상지는 달마조사의 나한18수 (羅漢十八手)를 그 뿌리로 삼아 각각의 형태로 발전 되었으니 그 근원은 따지고 보면 소림권이 원전(原典)이 라 할수 있다. 내가권의 종주인 태극권도 삼봉조사(三奉祖師)가 원래는 소림권의 기법에 호흡법을 접목하여 창안한 것이니 각각의 초식 명칭만 살펴봐도 태극권의 단편(單鞭)이나 운수(雲手),백학량시(白鶴亮翅),섬통 배(閃通背)등 진식 태극권(陳式太極拳)의 많은 이름들이 소림권의 초식이름과 같거나 비슷하다는 점이다. 다음은 소림권을 수련하면서 필자가 느껴본 소림권만의 독특한 품격을 정리해 본다.
진각(震脚)은 태산을 허물고 회신하며 한발로 땅을 소리나게 눌러밟는 홍권의 쌍운진각(雙雲震脚)이나 도약하면서 착지할때 양발로 구루 는 호연권의 케사리는 소림권만의 독특한 침각(沈脚)법이다. 진각은 발밑에 근(根)이 생기고 힘이 붙게하여 안정되므로 견고하기가 반석과 같아진다.소림의 순밀(淳密)대 사가 이르기를 "단전에는 기(氣)가 있고 발밑에는 근(根)이 있다. 사면팔방에서 적이 침범하여 신묘한 초수를 쓸지라도 내몸을 움직이게 하기 어려우며 이때 내가 한번 움직이면 적은 흔들린다" 교수(攪手)는 황하를 거슬린다. 기술로 적을 치고 잡는것은 손씀(手法)이 중요하다.교수는 매화권중의 매화수(梅花手)와 같아서 어즈러히 출 수하여 적을 잡고 제압한다. 소림의 적포(寂袍)법사가 말하기를 "간과권의 번강교해수(飜江攪海手)는 좌우 로 맹열하게 교란하듯 움직여 적이 도주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신반란세(轉身搬란勢)는 사중생(死中生)의 활법(活法)이요 흑호권(黑虎拳)이나 연청권(燕靑拳)의 전신반란수는 호랑이 같이 몸을 돌려 적을 나꿔 채므로서 패한 가운데 승리를 취할수 있는 법으로 신속하고 묘(妙)하며 죽음에서 삶을 구하는 초식으로 강수(强手)다.
(등산세(登山勢)는 마보식과 같이 모든 권법의 기본동작에 속하는데 유파에 따라 등산식, 궁전식(弓箭式), 궁보(弓步),사륙식(四六式)등의 이름으로 불리운다. 등산세에서 발끝을 안으로 모으는 것은 당랑권이나 팔극권에서 많이 행해지며 소림권이나 태극권에서는 발 끝을 나란히 하며, 높은 가식으로 신형을 급격히 움직이는 공격세이다. 간과권의 제3로인 좌우타호식(左右打虎式)은 뒤에서 공격하는 적의 권격을 한손으로 방어하며 다른 주먹을 동시에 발격하는 공수겸식이며 진보타호(進步打虎), 전신타호(轉身打虎), 소당타호(掃堂 打虎),종도타호(從到打虎)등 소림권의 어느 투로에나 그 초식이 다양하게 응용된다)
타호세(打虎勢)는 일수(一手)로 양법(兩法)을 취한다.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시전하는 공.방이 결합된 초법(招法)으로 특히 금강권(金剛拳)의 마보추(馬步抽)나 초 기권(初基拳)의 연환단타(連環短打)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소림의 정추(貞秋)대사가 말하기를 "공격속에 방어가 있고 방어속에 공격이 있으니 방어하면서도 중앙을 쳐서 적을 패주시킨다" 연환각(連環脚)과 선풍퇴(旋風腿)는 소림권의 진수(眞髓)며, 소림권에는 연속차기와 뛰어차기가 특히 많다. 몸을 날려 도약하면서 공중에서 비틀어 차는 선풍퇴나 연척 (連踢)을 사용하여 끊이지 않고 연이어 차는 연환각은 절묘하기가 그지없는바,소림절권(少林絶拳)의 비연삼 련각(飛燕三連脚)이나 오호권(五虎拳)의 무화퇴(無花腿) 한수는 피하기 어려우며 사용할때에야 바로서 그 신묘함을 알수 있으니 스승에게 이 두 퇴법을 배우야만 비로서 소림의 진전(眞傳)을 얻었다고 말할수 있다고 전해온다. 전퇴법(剪腿法)의 절묘함은 신선도 피하기 어렵다. 전퇴기법은 18기무술의 독특한 발기술로 이중 소당퇴(掃堂腿)는 소림권 투로의 어느곳에나 빠지지 않고 들 어있다. 신형을 낯우어 아래로 돌아 적의 다리 부위를 잘라 쓸어뜨리므로서 패한 가운데서 승리를 취하는 전 퇴는 위에서 손을 쓸수없을때 곧 거짓으로 패한체 꺼꾸러져 아래를 공격하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초식이다. 용천권(龍撚拳)의 후소퇴(後掃腿),소림 매화권의 절퇴(截腿), 띠우권의 곤전퇴(滾剪腿)등은 그 정수(精髓)를 익히기가 극히 어렵지만 한번 이 초식에 걸리면 아무리 강한 상대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묘수다. 뜻한바,수법(手法)과 보법(步法)이 분명하니 그 공(功)이 무한하다. 일보(一步),일수(一手)마다 모든 변화가 분명하다.소림권은 수련하면 할수록 광명정대(光明正大)라는 품격을 느끼게 된다.상대의 실수를 유도하지않고 때가되면 분명히 내가 공격한다.소림권은 공(功)이 쌓일수록 마음 이 밝아지고 모양이 반듯해 진다.수법이 분명치 않으면 늙어도 기(技)가 없고 보법이 분명치 않으면 늙어도 정미(精微)하지 못하다. 무림고수 사보옥(沙寶玉)이 말하기를 "무공의 행동은 당신 임의대로 간다해도 결국 두손과 두발에 의지하게 된다.무법(武法)이 정명(正明)하고 수법이 완전하면서 온 천하를 두루다녀 마음을 버리면 고수(高手)와 강수 (强收)를 막론하고 천합(千合)을 싸워 평수(平手)를 이룰수 있다"
무림의 태산북두(太山北頭) 소림사- 만법(萬法)의 귀종(歸宗)인 소림권- 멋적게도 수십년 각고의 수련을 자랑처럼 내세우나 아직도 그 권법의 일초식(一招式),일투로(一套路)의 참뜻도 올바르게 깨우치지 못하고 미몽(迷夢)에 헤매이는 스스로를 생각할때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한다. 많은 투로를 알고 무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있다 한들 주먹한번 지르고 발한번 뻗을때 그속에 실린 오의(奧意)를 깨닫지 못하고 기계적인 동작만 되풀이 한다면 이를 어찌 올바른 무도인(武道人)의 공부라 할수 있겠는가? 소림무예 일도(一道)는 나 같은 범부에게는 너무나 멀기만한 불가사의 자체였다. 어찌 소림권 뿐이겠는가? 추후에 기술하는 당랑이나 태극,팔괘. 남권,팔극,장권등 어느 유파의 투로 하나 그 무도의 예술적 경지를 파악못한채 오로지 높히뛰고 세게차고 강하게 지르는 신체적 연마에만 보낸 오랜세월들이 그길을 떠나고 나니 비로서 조금이나마 감겼던 눈이 뜨여졌음이니 옛 무인들이「그 높음과 깊음을 헤아릴수 없으니 이룬 공은 티끌같고 다만 인생만 헛되이 흘러갔도다.누가 있어 무학(武學) 일성(一成)을 감히 논하랴...」는 한탄을 이제사 짐작 만이라도 하겠다.
(소림권 수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