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의 十八技 수련기(11)-소호연(小虎燕)
「...허공에 솟구친 몸이 한순간 뒤집히며 우측발이 맹열한 기세로 바람을 일으킨다.공중을 한바퀴 돌며 차
내리는 발끝에 좌측손이 접장되어 심장을 찢는 파열음이 장내를 메운다. 땅에 내려서는 순간 발밑은 자욱한
흙먼지로 덮히고 내딛는 진각(震脚)소리는 우뢰와 같이 귀청을 찢는다. 얼른 거리는 먼지속에서 날렵한 인
영(人影)이 한마리 제비처럼 몸을 낮우더니 좌우발이 팔랑개비처럼 연달아 나아가며 땅을 쓸어낸다. 뛰어 오
를때에는 제비처럼 날렵하여 그림자만 보이고 움직일때는 맹호처럼 포호하니 태산부동이다. 마지막 수식(收
式)이 끝났을때 장내는 우뢰와 같은 박수속에 '사후얀! 사후얀!을 연발하는 소리가 드넓은 자금성을 메운다 」
장장 2시간30분을 상연한 영화 '북경의 55일'은 그 웅장함과 화려함도 돋보였지만 영화 초기에 미국군인 루이
스 소령을 위한 서태후의 환영행사의 하나로 자금성 연무장에서 시범을 보인 의화단들의 무술연기는 그때 막
18기를 입문한 필자에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중국 무협들이 허공을 구름처럼 훌훌날고 장풍하나로 집한채를 날려버리는 허무맹랑한 과장으로
치장되어 있던 것만 보아 온터라 실제로 무술고수들이 실연하는(그때 영화에 출연한 무술배우들은 중화체육
학교의 학생들이였음) 북경의 55일 무술장면은 나를 매료시키고도 남을수 밖에 없었다. 그때 본 '사후얀 권법'
이 고향 강릉에서 이봉출 명인에게 들은 소호연(小虎燕)권이였음은 필자가 청죽관에 입관하여 최관
장님으로 부터 배운 최초의 권법을 접했을때 확연히 알게된다.
호연권(虎燕拳)은 원래 비종권(秘宗拳)의 투로(套路)였으나 이후 연청권(燕靑拳).미종권(迷宗拳),미종예(迷
宗藝),예종권(猊宗拳)등의 여러 문파에서 개정된 투로를 발전시겼다.
당말(唐末) 노준의(盧俊義)가 산동(山東)에서 창시하여 연청(燕靑)에게 전수하였다고 무서에 기록되어 있다.
전설의 동물인 쏸니(사자처럼 생긴 맹수)와 싸우다가 터득했다고 하며 청대(靑代) 강희(康熙) 말기에 손통(孫
通)이라는 권사에 의해 세상에 전해진다.
당랑권의 18가법(家法)중 제 13가법에 '연청의 점나질법'을 흡수하였다 하니 당랑권이 성행할 무렵 이미 연
청권은 유명문파로 자리잡았던 모양이다.
나중 정무체육회(精武體育會)의 곽원갑(藿元甲)이 정식과목으로 채택하여 유명해 졌다.
권경에 '붕추일식 태산명동(崩추一式 太山鳴動)이라는 경구도 이를 잘 나타낸다. 붕추
는 연환벽(連環劈),페절수(閉截手),요참(腰斬)등 많은 변화수를 가져옴으로서 소호연
의 위력을 배가 시킨다>
호연권은 대호연권(大虎燕拳)),중호연권(中虎燕拳),소호연권(小虎燕拳) 3가지 분류가 있다.
특히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소호연은 여러 문파에서 투로를 발전시켜 여러가지가 전해오는데 필자가 배운
소호연만 해도' 54식 소림소호연(少林小虎燕)' '41식 당랑소호연(螳螂小虎燕)'두종류였으며 이 외에도 '56식
비종소호연(秘宗小虎燕)' 이 있다고 한다.
그중 대호연권과 중호연권은 애초의 소호연의 투로에다 일부분만 틀린것으로 처음 도장에서 이 두 권법을 배
을때는 그러려니 했으나 그 후 많은 무술서적을 답습하고 여러 도장을 두루 견문하며 고수들과의 교분을 나
누어본 결과 하나의 의문점을 풀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중국 권법에 같은 이름의 대.중.소형이나 1.2.3단등의 연관된 투로들이 있으나 그 기풍은 같을지라
도 초식의 구성은 완연히 다름을 알수 있다.
하나의 예로 당랑권의 번차권(飜車拳)중 대번차와 소번차는 이름은 비슷하나 초식구성 중 어느것도 중복되는
것이 없다. 또한 적요권(摘要拳)도 6단까지 있으나 어느것 하나 일부분만 다르게 구성된 투로는 없다는 점이
다. 필자가 배운 대호연이나 중호연이 중국본토 무술계에서도 그대로 가르치는 것인지는 알수 없으므로 본인
의 이러한 견해가 꼭 맞다고 장담할수는 없을지라도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전
해진 호연권중 전수자 임의로 변경된 것일수도 있다는 의구심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하기야 어디 호연권법 뿐이랴. 비전(秘傳)이니 적전(適傳)이니 이름 붙혀 얼마나 많은 무예들이 구름에 가리
고 신비에 묻혔는지 알수가 없는것는 오늘날의 중국 무림계(武林界)니까.
케사리는 소림 소호연의 특이한 초식중 하나다.
앞식 총천뿌(沖千砲)는 방어하면서 적을 공격한다. 따오식으로 낭심을 방비하고 좌권으로 신속하게 가슴 늑
골이나 턱을 파골하여 부상을 입혀 패하게 만든다. 찌를때의 짠추(鑽捶)는 큰솥을 들듯 침중하고 하늘을 꿰뚫
듯 강맹하다.
후식 진각붕추(震脚崩捶)는 내려딛는 발소리가 천정을 울리고 쳐내는 뻥추(崩捶)는 태산을 허무는 기세다.
소호연엔 이런 케사리 초식이 여러번 나온다. 그때마다 4층 도장바닥이 울려 2-3층의 사무실에서는 몇번이나
항의소동까지 날 정도로 그 위력이 강력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당시 필자의 체중이 무려 83kg까지 나간데다
가 힘껏 도약하면서 내려밟는 양발에는 온몸의 공력이 실려 있어서 족히 200근 이상의 힘이 서려있었으니...
나중 사범은 제발 케사리할때 체중을 싣지 말고 가만가만 하라고 신신당부하는 해프닝까지 있었지만 천근추
(千斤捶) 공력은 무술인에게 있어서는 빠트릴수 없는 공부인데 어찌 살얼음 밟듯 펼칠수 있겠는가.
소림의 명가(名家) 마희공(馬希貢)이 말하기를 '충천포는 정(情)을 남기지 않고 치므로 독하고 잔인하며 생명
을 요구하고, 붕추는 단권으로 무너뜨리니 가벼우면 후퇴시키고 무거우면 근골을 상케하여 상대방이 되받아
치기 어렵게 엄중히 핍박한다'
맹열히 허공에 도약해서 맹호처럼 상대를 공격하고 한순간에 제비처럼 날렵하게 땅
에 내려앉는 이 동작은 많은 수련이 필요하며 한번 펼치면 그 위력이 위맹하여 필살
기로 칭송된다.소호연에는 연자초수후 요보추(拗步추),탄퇴(彈腿),선풍각등 연달아
공격하는 수법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이 권법이 숨돌릴 사이없이 적을 몰아치는
연환타식(連環打式)임을 나타낸다)
쎄펑규(旋風脚)는 몸을 날려 도약하여 선풍처럼 돌아 공중에서 사람을 치는 중요한 동작으로 적이 아래서 공
격하여 오면 번개처럼 몸을 튀어 올린다. 또 적이 높은 자세에서 공격하면 도약하여 탄격할수있는 운용이 무
궁무진한 화려한 발기술이다.
소림권보(少林拳譜)에는 '두발로 뛰어 선풍처럼 하늘로 도약하여 공중에서 도는것은 마치 한마리 제비와 같
다. 어느 누가 채찍같은 것으로 내몸을 스치고자 해도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는 도약은 없으나 외앙규(鴛鴦
脚)도 같은 이치이다.
「무송(武松)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장문신(張門神)에게 닥아갔다. 장문신은 그것을 보고'이녀석 술이 많이
취했군'하고는 얕보는 투로 거세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무송은 양권을 눈앞에서 헛치더니 휙! 하고 몸을 돌
려 왼발로 장문신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장문신이 두손으로 배를움켜쥐고 웅크리자 오른발을 날려 안면을 정
면으로 차올렸다.비틀거리는 그를 향하여 몸을날리면서 허공에서 한바퀴 선회하더니 풍차처럼 오른발로 돌
려찼다 」
수호지(水滸誌)나오는 무송편의 싸움장면의 묘사이다. 바로 지금 설명한 비틀거리며 달려간것은 옥환보(玉環
步)이고 양발로 번갈아 찬것은 원앙각이며 허공에서 돌려찬 것은 선풍퇴로 무송이 아무렇게나 사용한 것이
아니고 평소에 단련한 소호연 권법의 기법들임을 알수 있다.소호연에는 마보침웅(馬步沈雄)을 중요시하여 많은 초식들이 이를 근거로 이루어진다.
주먹,발끝,팔꿈치, 무릎등 원거리 공격과 근접공격이 병용한다. 도약하는 동작이 극히
민첩하고 일순간에 날으는가 하면 어느새 땅바닥에 포복해 있는등 기교가 뛰어나기
그지없다.
초식을 운용하는 동안 단전에 기가 충만해 있으며 단전의 이 진기(眞氣)를 순식간에
끌어올려강력한 발경(發勁)을 토해 내는등 수법이 비상하다.
당랑권의 창시자 왕랑(王郞)은 우주도인(宇宙道人)에게 이를 전수하고 우주도인은 태허도사(太虛道士)에게,
다시 현허도장(玄虛道長)에 이어 허환도장(虛幻道長)에게로 전수되었다. 그는 동지웅(董志雄)이라는 뛰어난
제자를 맞아 들였는데 그가 바로 신극당랑문(神極螳螂門)의새로운 유파를 만드니 마보침웅은 바로 이 신극당
랑문의 비전이다.
명대 권경(拳經)의 서론속에 고금의 유파 이름을 소개해 놓았는데 그 첫머리에 「송(宋)나라 태조 32세 장권
(三十二勢 長拳)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송태조 조광윤(趙光胤)은 당나라가 멸망한후 왕조가 다섯차례나
바뀌고 10여개국이 흥망을 거듭할때 이 동란을 평정하여 18대 320년에 걸친 송조(宋朝)의 기초를 논한 인물
이다.
또한 그 권경에 있는 제3법 '탐마(探馬)'는 '태조로 부터 전해졌는데 나아가서는 공격하고 물러가서는 번득이
는 등 강(强)도 약(弱)을 낳는다. 단권(短拳)에 접하는데 매우좋다'고 기술되어있다. 탐마식이 후세의 마보침
웅을 만들었다면 오늘날 우리들이 배우고 있는 소호연에는 1천년전의 비법이 스며 있는 셈이니 그 유구함을
어디에다 비하리.
마보침웅은 두 다리를 서로 동일하게 연마해 내어 노년에 한쪽이 마비되는 중풍질환을 피할수 있도록 해 준
다. 어떤 사람은 전문적으로 일수,일퇴,일지의 공부만 연마하여 비록 때로는 절기(絶技)로 세상을 놀라게 할
찌라도 일단 기력이 쇠해지면 한편의 마비등을 피할수없으니 소림의 적경(寂敬)법사가'마보단편공(馬步單
鞭功)은 손발의 사지를 고르게 발달시켜 양팔과 양다리의 공력을 동등하게 하여서 풍을 막아주고 나이가 들
어도 장수하게 한다.라고 말한것도 이 마보침웅의 뛰어남은 잘 적시한 것이라 여겨진다.
필자가 수련한 장권 투로만도 37종이 되며 기타 여러 단권(短拳)과 산수(散手)등을 합치면 60여종에 가까운
권법형이 있으나 소호연 만큼 정이가고 아름다운 권법이 없는것 같다.
지금 노년에 이르러 수년동안 수련을 중지한 결과 많은 투로들이 잊혀졌으나 이 소호연만은 금방이라도 눈앞
에 선연한 것을 보면 아마 선인들이 심혈을 기울려 창안한 일수일권의 초식에 깃들어 있는 깊은 멋과 뜻이 그
만큼 여타권법보다 심오하기 때문인듯 하다.
소호연 - 이 불출세의 유명한 권법을 붉은 도복자락을 펄럭이며 때로는 벼락처럼 강하게 때로는 비단처럼 부
드럽게 연무하던 그 정열적인 시절은 이제 정녕 다시오지 않는건가?